인사말씀

아름다운 만남 지은 기적의 공간

이 건물은 만남의 장소입니다.

소외받은 장애우들과 장애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높은 벽을 쌓고 만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며 그 벽을 허물고 스스럼 없이 만나는 장소를 소원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이 시대의 건축가인 유걸 선생님의 설계에 의해 사람과 사람이 장벽이나 장애 없이 만날 수 있는 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원래 이 건물 안에는 체육관과 미술관, 그리고 5-600명이 모일 수 있는 중강당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습니다. 다른 공간들이 제 목표대로 완성되어가고 중강당이 지어질 무렵, 한양대 전진용 교수께서 이 강당에 음향 효과를 더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음향 효과에 드는 고비용 때문에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카이스트와 합작해 신소재로 제작해 놓은 음향 확산판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 보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걸 선생님과 진진용 교수의 만남이 시작 되었습니다.

주락경 선생의 ‘생명의 빛’

중강당 입구의 가로 18m, 세로, 8m의 벽면(현재 ‘생명의빛’)은 원래 재미 화가 김원숙 선생의 벽화로 채워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북경에서 만난 도예가 주락경 선생이 이 건물과 중강당 입구의 벽면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자신이 그 벽면을 채우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분은 당대에 가장 값비싼 도자기를 빚는 분으로, 현존하는 도예가 중 그분의 작품보다 더 비싼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제가 주선생의 작품은 너무 고가라 벽화를 부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분이 제게 말했습니다.'목사님께서 흙 값은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대답했습니다. '흙 값이야 드릴 수 있지만, 왜 당신이 이 벽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주락경 선생은 원래 북경의 수도 공항 벽화를 제작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일을 꼭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정말 자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주락경 선생은 '제가 언제 돈을 달라고 했습니까? 기회를 달라고 이처럼 간청하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의 간절함을 보고 벽화 제작을 부탁했습니다.

도예가 주락경, 건축가 유걸, 전진용 교수의 만남

본격적인 벽화 제작을 위하 주락경 선생이 한국에 왔을때, 그분의 탁월한 작품을 본 전진용 교수가 강당 내부에 들어갈 확산판 사이의 기둥을 주선생의 도자로 채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확산판 사이의 기둥을 아름다운 도자로 채울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그 시기에 주선생은 강당 안에 세워질 확산판의 색과 모양을 열심히 물었습니다. 그것을 알아야 그에 알맞은 도자를 빚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확산판과 그 사이를 채울 도자 문제를 의논하던 중, 주락경 선생은 그 확산판을 자신이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주락경 선생이 만든 이상적인 모양의 도자 확산판 시제품을 본 전진용 교수는 천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했고, 이렇게 해서 음향 확산판 자체를 도자로 제작하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도자 궁전의 윤곽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세 사람의 만남, 이 만남이 이 건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만남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건축물이 세워졌습니다.

주락경 선생의 작품은 중국 도예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도자에 사용된 흙과 소성 기법, 또 유약을 이용해 가장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중국의 전통 도예 기법과 현대 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서양의 건축 재료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의 건물과 서양의 건물에는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서양의 건축은 서양 미술의 본류인 유화가 자연스럽게 벽면에 그려지고, 또 조각이 벽과 기둥에 설치되어 건축 소재와 함께 그 아름다움을 빛냈습니다. 이에 비해 동양의 건축은 동양 예술의 본류인 수묵화와 도자 예술이 건축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축의 소재에 있어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 타일을 이용한 건축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도 세라믹 타일을 이용한 아름다운 건축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도자 예술 자체가 건축과 하나 되어 사용된 예는 없습니다.

도자 예술의 천재인 주락경과 시대의 건축가인 유걸 선생이 서양의 건축 재료인 시멘트와 철골 구조물에 동양 예술의 본류인 도자를 이용해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공간은 미술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완벽한 음향 확산 기능으로 인해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이 더해진 것입니다.

이 귀한 세 분의 만남은 이 시대 건축과 음향학 분야의 새 장을 열었고, 이 공간에서 펼쳐질 연주는 사양화되어 가는 클래식계에 큰 힘을 발휘 할 것입니다. 또한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귀한 연주자들의 선한 마음이 모여 건강한 사람과 장애우들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거리에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갈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한 밀알 음악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만남은 우리의 삶을 바꿉니다. 만남은 내 인생에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지평을 열어갑니다. 이 아름다운 건물은 사람의 노력으로는 되어질 수 없는, 우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이 공간이 더욱 아름다운 만남을 만들어 이 민족의 역사 앞에 쓰임받기를 원합니다.

홍정길 목사 (남서울 은혜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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